바이낸스, 고팍스 인수 절차 막바지 고팍스 기업가치 1500억원 상당할 듯 ‘고파이’ 묶인 자금 관건…금융당국 매각승인 가능성↑
국내에서 원화거래가 가능한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인 ‘고팍스’가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매각이 임박했다. 지금까지 중국계 자본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입된 경우는 있어도 본격적인 중국계 거래소가 들어서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생태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2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 14일 공지사항을 통해 “현재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 실사 이후, 법률 자문과 함께 행정 절차들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라며 "규모가 큰 본 사안의 성격상 행정적 절차와 세부 협의에 시간 소요가 많이 필요한 사유로 현시점까지 중간 안내로 드린다"라고 밝혔다.
고팍스가 언급한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란 바이낸스인 것으로 보인다. 공지사항에 따르면 양사의 인수 협상은 대부분 마무리 됐으며 몇가지 절차만 남았다.
또 고팍스는 “모든 협의가 완료될 경우 고파이 자금은 고객이 출금 신청한 날짜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며 원금과 더불어 지연된 일수의 이자를 모두 포함하여 지급된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1000억~1500억원대의 가격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고팍스가 지난해 5월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기업가치 37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고팍스 기업가치 하락은 업계의 전반적인 하락세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고팍스 자체의 유동성 문제도 발생했다. 고팍스는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대출업체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서비스 중단 여파로 예치 서비스 고파이(GOFi) 자유형 상품의 원금·이자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공지했다.
고파이에 묶인 고객자금은 최소 300억원 이상이다. 심지어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모회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과 모회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홀드코 LLC는 지난 19일 파산신청을 했다.
이렇듯 고팍스가 고파이에 묶인 자금으로 유동성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고파이의 원리금 상환까지 발생해 기업가치는 더욱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고팍스가 국내에서 원화 거래가 가능한 5개뿐인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이라는 점과 보유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은 강점이다. 안정적인 운영력도 장점이다,
바이낸스가 우회적으로 한국에 진출한 적은 있었으나 유력 거래소 중 한 곳인 고팍스를 인수할 경우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중국계 거래소이긴 하나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을 벗어나 해외에 거점을 두고 사업을 영위 중이다. 가상자산 생태계가 잘 갖춰진 한국의 고팍스를 인수하게 되면 빠른 시일 내에 인프라를 획득할 수 있다.
매각작업이 완료될 경우 고팍스가 보유한 전북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유지할 지도 관건이다. 사실상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은 기준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아 전북은행의 재량에 달려있다.
이와 관련돼 금융당국에서는 고팍스 매각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고파이로 묶여있는 자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고팍스 매각 작업이 완료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반면 해외업체가 중국계 자금을 들고 국내에서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남아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FTX사태를 야기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낮다”며 “국내 자금만 흡수해 한국에 재투자를 하지 않는 행태를 보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생태계가 사실상 업비트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낸스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이 생태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중국 자금이 우회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던 상황”이라며 “후오비코리아 등이 국내 영업을 하는 상황에서 중국 거래소의 진출을 막는다고 해서 사실상 막을 수도 없다. 약화된 가상자산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바이낸스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