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가상자산 관심 높아 웹 3.0 선도할 수 있어… 교육 사업 통해 가능성 엿볼 것” “거래소 사업은 규제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해… 모든 가능성은 열어둬” “FTX 파산이 시사하는 점은 코인을 담보로 맡기는 파생상품은 늘 위험하단 것”
한국은 웹 3.0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일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기 때문이다. 바이낸스가 한국에서 개발자 양성, 블록체인 시스템 강의 등 블록체인 교육 사업에 나서는 것도 한국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는 올해 교육 관련 사업을 통해 진출 범위를 넓히며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사업 진출 기회도 모색할 계획이다.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올해 한국 내 블록체인 개발자 양성, 국내 대학과의 업무 협약(MOU)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편한 기술 산업에서 좋은 성과를 이뤄왔다”며 “한국 젊은 세대 역시 가상자산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를 활용한다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풍 대표는 한국이 게임, 정보기술(IT) 산업으로 축적된 기술 친화적인 환경을 이용한다면 웹 3.0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며, 바이낸스는 이러한 기회를 창출하고자 국내에 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거래소 사업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금융 당국과의 소통, 규제 등 여러 숙제가 남아있는 만큼, 일단은 블록체인 교육 사업에 치중할 예정이라고 했다.
레온 풍 대표가 몸담은 바이낸스는 가상화폐 발행과 거래 중개를 포함해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회사다. 바이낸스의 하루 가상화폐 거래량은 전 세계 거래량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0년 바이낸스 코리아라는 한국 법인을 설립해 국내 진출을 꾀했으나, 금융 당국의 규제로 인해 뜻을 접었다. 현재는 바이낸스 아카데미와 같은 계열사를 통해 블록체인 인재 양성, 기술 교육 등을 통해 국내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바이낸스는 블록체인 기술 및 비즈니스 교육, 관련 컨설팅 등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바이낸스는 부산시를 도와 올해 출범 예정인 디지털자산 거래소 자문 역할을 맡기로 했다. 이어 부산대 등 부산 지역 내 대학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친숙도와 관련 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발판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바이낸스는 한국에서 직접 거래소 등 가상자산 금융 사업을 벌이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풍 대표는 “해외 거래소가 국내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규제 당국과의 소통이 필수인데, 충분한 공감대를 이룬 다음에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디지털자산 관련 기본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관련 규제 체계가 완비된 뒤 사업을 벌여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내 거래소 사업은 바이낸스가 그리고 있는 그림의 ‘최종 단계(end-game)’”라며 풍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거래소 사업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라는 입장이었다.
풍 대표는 지난 2021년 바이낸스에 합류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 전반을 담당하는 자리를 맡고 있다. 이전에는 차량 공유 회사 우버 말레이시아 법인장과 쏘카 말레이지사 법인 최고경영자(CEO)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2달에 한 번은 방한하는 등 한국 사업에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바이낸스가 후원하는 BNB 체인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해커톤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풍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국 내 블록체인 기술과 같은 교육산업을 확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은 여건만 갖춰진다면 웹 3.0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게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또한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도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한국은 바이낸스와 같은 사업자에겐 훌륭한 소매 시장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도 높을 뿐 아니라 젊은 세대가 가상자산과 같은 대체 자산에 관심이 많다. 지금과 같은 불경기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과 같은 전통 자산보다는 대체 자산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특징을 활용한다면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 내 어떤 교육 사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는가.
“먼저 부산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시가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준비 중에 있는데, 바이낸스가 이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부산대와 같이 지역 내에 있는 대학과 협업해 인재 양성, 기술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블록체인 교육은 왜 중요한가.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깜깜이 정보가 많아 투명하지 않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관련 교육이다. 지난해 루나 사태, FTX 파산을 겪으며 가상자산 시장에는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다. 바이낸스 역시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한국 내 거래소 사업은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만약 한국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자격증을 얻을 기회가 있다면 규제 당국과 긴밀히 소통해 관련 요건을 충족해 나가겠다. 그러나 일단은 개발자 양성과 같은 교육 사업에 힘을 줄 생각이다.”
한국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를 인수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에 대해 언급은 피하고 있다. 미안하다. 다만 바이낸스가 왜 한국 내에 거래소 사업에 뛰어들려 하는지를 먼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듯 한국은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바이낸스 역시 한국에서 거래소 사업을 하며 투자자 보호와 같은 기준을 보다 높이고 싶다.
만약 거래소 사업을 진행한다면 규제 완화를 꾀하기보단, 한국 규제에 맞도록 준비할 것이다. 코인 상장과 관련해서도 지금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것이다. 나스닥 시장과 같이 촘촘하고 세심한 기준을 코인 시장에 적용하려고 한다.”
지난해 루나 사태, FTX 파산 등으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지난해 사태로 우리가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맡겨 무리하게 수익률을 높이는 레버리지 상품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이다. 가상자산과 같이 가격 변동 폭이 큰 자산을 이용해 담보를 맡기면 자금 회수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에 대해 대비가 안된 기업은 심할 경우 파산에 이를 수 있다.
FTX 사태가 시사한 점은 FTX와 같은 거대 거래소가 파산하면 그와 연관된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무너지는 등, 연쇄 파산의 위험도 지닌다는 것이다. FTX는 자체 발행 코인인 FTT를 담보로 맡겨가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왔는데, 바이낸스는 다르다. 우리는 ‘제로(zero) 레버리지’를 추구한다. 또한 고객이 바이낸스에 예치한 금액엔 담보 형태든 어떤 형태로도 절대 손을 대고 있지 않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업계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시세 주기를 4년 단위로 잡고 있다. 쉽게 말하면 한번 상승장이 왔으면 4년 후에 다시 온다는 얘기다. 지난 2020년에 상승장이 왔으니 다음 상승은 2024년 정도에 오지 않을까 싶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기조가 가상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관련 움직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