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 '지갑'이 생겼다. 자신의 존재와 자격 등을 증명하기 위해 실물 지갑에 넣고 다녔던 신분증과 운전면허증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주 기능이다.
카카오는 '일상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카카오톡의 역할도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지갑을 내놨다. 앞서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카카오톡이 지난 10년 동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나'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지난 16일부터 안드로이드용 카카오톡 최신 버전(v9.1.5)을 업데이트하면 카카오톡 더보기 탭에서 '지갑'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첫날 지갑을 만드려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몰리자 오류가 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오류를 뚫고, 무사히 지갑을 만들었다면 앞으로 이 지갑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인인증서말고 '카카오 인증서'
지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약관 동의와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마치고 지갑을 만들면 카카오 인증서가 발급된다. 이 인증서가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지갑의 핵심 기능이다.
그간 온라인에서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24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를 거쳐야 했다. 공인인증서는 온라인 상에서 신원 확인을 위한 증명서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 10일부터 공인인증서제도가 폐지되고 모든 인증서의 지위가 동일해졌다. 민간인증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카카오는 행정안전부의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면, 대중이 카카오 인증서를 본격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민등록등본 비롯 각종 증명 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정부 24' ▲국민권익위원회의 온라인 국민참여포털 '국민신문고'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 등을 이용할 때 카카오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분과 자격을 증명한다
지갑에는 신분 또는 자격 증명 서비스가 추가된다.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전자출입명부인 QR 체크인과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획득한 모바일 운전면허확인 서비스 등도 지갑에 담긴다.
특히 본인의 자격, 경력을 증명할 수 있는 정보들도 지갑에 들어간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등 산업인력공단이 발급하는 495 종목의 국가기술자격증도 지갑에 들어간다. 카카오는 또 대학교와도 제휴를 맺어 모바일 학생증도 지갑에 담을 예정이다.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예시 / 사진=이프(카카오) 2020 기자간담회
내년부터 카카오톡 지갑에 이같은 증명 서비스가 담기면, 이를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노출시킬 수 있게 된다. 또 앞서 카카오가 예고한 내년 신규 서비스 '멀티프로필'에서도 지갑에 담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특정 정보를 카카오톡 프로필에 노출해 어떤 카카오톡 친구에게만 공개할 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인물검색' 기능도 추가된다. 특정 자격을 보유한 사람들을 검색하는 기능이다.
다만 멀티프로필과 인물검색 기능이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기관들과 제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모바일 신분 및 자격 증명 서비스가 필요한 각종 단체와 재단, 기업, 교육 기관 등과 추가 파트너십을 맺어 다양한 신분, 자격 증명을 지갑에 담을 계획이다.
카카오 서비스와도 연계... 카카오콘 '팬템'부터
카카오톡 지갑은 기존 카카오 서비스와도 연계된다. 현재 카카오톡 지갑 하단에 위치한 '신분증/자격증'을 접속하면 추천에 '응원보드 팬템'이 뜬다. 이는 카카오콘 서비스다.
카카오콘의 '응원보드' 서비스에 참여하면 '팬템'을 발급받을 수 있다. / 사진=응원보드 화면
카카오콘은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고 리워드(보상)로 제공하는 카카오콘(CON)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카카오콘 서비스 중 하나가 '응원보드'다. 20개의 'CON'을 보유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담은 '응원보드'를 만들수 있다. 거꾸로 다른 사람이 만든 응원보드가 마음에 들었다면 창작자에게 'CON'을 보내 응원할 수 있다. 'CON'을 가장 많이 받아 우승한 응원보드는 카카오톡 '#연예탭'과 멜론 뮤직탭에 노출된다.
이렇게 응원보드에 참여했다면 '팬템'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 팬템은 특정 아티스트 팬임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이 팬템이 카카오톡 지갑에 들어오면 이 또한 카카오톡 프로필에 담을 수 있게 되거나, 팬템을 보유한 사람들만 접속할 수 있는 단톡방을 개설하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갑과 카카오 기존 서비스와의 연계는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웹툰작가증 등 카카오콘에서 지원해왔던 인증 아이템들도 추후에는 지갑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카카오톡 지갑은 기존 카카오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지갑도 있어요 '클립'
정리해보면 카카오톡 지갑은 개인의 신원이나 소속, 자격 등을 인증하고 증명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이는 모바일 전자고지, 전자문서에 주로 활용하는 카카오페이 인증과 구별된다. 이들은 또 위변조 방지 등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을 적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블록체인이 주 기술로 들어간 또다른 '지갑' 하나가 더 있다. 카카오톡 더보기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용 지갑 '클립'이다. 이는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내놓은 디지털 자산 지갑이다.
그라운드X가 내놓은 가상자산 지갑서비스 '클립' / 사진 = 그라운드X
클립은 현재 그라운드X가 구축한 퍼블릭 블록체인 '클레이튼' 기반 기축 가상자산 클레이(KLAY)와 클레이튼 기반으로 파트너사가 발행하는 토큰들을 보관하고 전송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또다른 디지털 자산인 '대체불가능한토큰(Non-Fungible Token, NFT)'도 클립에서 지원한다. NFT는 게임 아이템이나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이나 가상 자산에 고유한 '디지털 자산' 가치를 부여한 토큰이다. 클립에서는 이를 '카드'라고 부른다. 그라운드X는 연예인 포토카드 등을 NFT화하는 카드 '클립포카'를 사내에서 파일럿 테스트 중이다.
앞서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내년에는 디지털 자산 범위를 넓히고 본격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현재 집중하고 있는 가상자산과 NFT 카드 기반의 디지털 자산 종류와 활용처를 넓히고, 이와는 또 다른 종류의 새로운 가상자산, 실물 또는 다른 형태의 자산을 클립에 담을 수 있도록 시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